계단을 내려갈 때 다리가 후들거리는 이유|올라갈 때와 다른 근육의 작동 방식

평지를 걸을 때는 괜찮은데 계단을 내려갈 때 유난히 다리가 후들거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무릎에  힘이 빠지는 것 같아 난간부터 찾고 몸이 앞으로 쏠릴까 봐 한 계단씩 조심스럽게 내려가기도 합니다.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가는 게 쉬워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기 쉽지만 계단을 오르내릴 때 사용하는 주요 근육은 몸을 위로 밀어 올릴 때와 아래로 내려가는 몸을 붙잡을 때 근육의 작동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올라갈 때는 몸을 움직이는 ‘엔진의 힘’이 필요하고, 내려갈 때는 속도를 조절하는 ‘브레이크의 힘’이 필요합니다.


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 무엇이 다를까?


계단을 올라가려면 한쪽 다리로 체중을 지지하면서 몸을 위로 끌어올려야 합니다.

이때 대둔근과 대퇴사두근이 몸을 위로 밀어 올리고, 햄스트링은 엉덩관절을 펴고 무릎을 안정시키는 데 함께 참여합니다. 종아리 근육도 발바닥으로 계단을 밀어내는 힘을 보탭니다.

의자에서 일어나는 모습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엉덩이와 허벅지가 힘을 내며 몸을 위로 들어 올립니다. 계단을 오를 때도 이와 비슷한 추진력이 필요합니다.

내려갈 때는 발을 아래 칸으로 옮기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한쪽 다리로 체중을 지지한 상태에서 몸이 아래로 떨어지는 속도를 늦추고 반대쪽 발이 다음 계단에 안전하게 닿을 때까지 균형을 유지해야 합니다. 대퇴직근을 포함한 대퇴사두근은 힘을 유지한 채 천천히 늘어나면서 무릎이 갑자기 꺾이지 않도록 제동을 겁니다. 종아리와 엉덩이 주변 근육도 발목과 골반이 흔들리지 않도록 함께 작동합니다.


이런 근육의 작동을 편심성 수축이라고 합니다. 

근육이 힘을 유지하면서 길어지는 작동 방식입니다. 의자에 털썩 주저앉지 않고 3~4초에 걸쳐 천천히 앉아보면 허벅지 앞쪽이 버티는 느낌이 듭니다. 바로 이 힘이 계단을 내려갈 때 필요한 ‘브레이크 힘’과 비슷합니다.


다리를 들어 올릴 힘은 있어도 천천히 낮추는 힘은 부족할 수 있다


계단을 잘 올라간다면 다리 근육에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몸을 들어 올리는 능력과 몸을 천천히 낮추는 능력은 같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의자에서 일어나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앉을 때 마지 막 순간에 엉덩이가 털썩 떨어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몸을 위로 밀어 올릴 힘은 남아 있지만, 체중을 천천히 낮추는 힘은 부족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계단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납니다. 처음 몇 칸은 괜찮다가 중간부터 발이 쿵쿵 떨어지거나 허벅지가 떨리면서 무릎이 불안해질 수 있습니다. 다리에 힘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라 힘을 끝까지 조절해서 사용하는 능력이 떨어진 것입니다.

평지 걷기만 주로 하는 사람에게 이런 차이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걷기는 좋은 운동이지만 평지에서는 계단을 내려갈 때처럼 무릎을 굽힌 상태로 체중을 천천히 낮추는 힘을 많이 사용하지 않습니다. 매일 걷는데 왜 계단을 내려갈 때는 힘들지?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걷기 운동이 부족해서라기보다 평지 걷기와 계단 하강이 몸에 요구하는 능력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후들거림이 모두 허벅지 근력 때문은 아니다


계단을 내려갈 때 다리가 후들거리면 허벅지 근력 부족을 떠올립니다. 대퇴사두근의 제동력이 중요한 것은 맞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상황을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계단을 내려갈 때는 잠시 한쪽 다리로 체중을 지지해야 합니다. 이때 엉덩이 옆쪽 근육은 골반이 한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잡아주고, 종아리와 발목 주변 근육은 몸이 앞으로 이동하는 속도를 조절합니다. 눈과 발바닥의 감각은 계단의 위치와 높이를 파악하는 데 함께 쓰입니다.

여기에 고유수용감각이 관여합니다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않아도 내 관절과 팔다리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알아차리는 감각입니다. 밝은 계단에서는 괜찮지만 어두운 계단에서는 발을 내딛기 불안해지는 상황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시야가 충분할 때는 눈으로 발과 계단의 거리를 확인할 수 있지만 어두워지면 발바닥 감각과 관절의 위

치 감각, 균형 능력에 더 의지해야 합니다. 난간이 없으면 갑자기 불안하거나 계단을 내려다보느라 상체를 많이 숙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허벅지 근력만이 아니라 한 발 균형과 감각 정보의 활용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한쪽 다리만 유독 불안한 사람도 있다


양쪽 다리가 똑같이 후들거리는 사람도 있지만, 유독 한쪽 다리로 몸을 지지할 때 불안한 사람도 있습니다. 오른발을 아래 계단으로 내릴 때는 괜찮은데 왼발을 내리려는 순간 몸이 급하게 떨어지는  경우에는 아래로 내려가는 발보다 계단 위에서 체중을 지지하고 있는 반대쪽 다리의 상태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왼발을 아래로 내리는 동안에는 오른쪽 다리가 체중을 받아내며 몸을 천천히 낮춰야 합니다. 어느 발을 내디딜 때 불안한지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순간 어느 다리가 위에서 몸을 지지하고 있는지도 함께 봐야 합니다.

무릎이나 발목이 불편하면 몸은 자신도 모르게 불편한 다리에 체중을 오래 싣지 않으려고 합니다. 발을 서둘러 내려놓거나, 편한 쪽으로 몸을 기울이거나, 난간을 강하게 잡아 부담을 덜어내기도 합니다. 이것은 근육이 단순히 약해졌다기보다 통증이나 불안감을 피하기 위해 몸이 선택한 방어 동작일 수 있습니다. 한쪽 다리에서만 반복적으로 힘이 빠지거나 무릎이 꺾이는 느낌이 든다면 근력운동부터 시작하기보다 원인을 먼저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피곤한 날에는 힘보다 조절력이 먼저 흔들린다


오전에는 괜찮았는데 외출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다리가 후들거릴 때가 있습니다. 오래 걷거나 서 있었던 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날에도 계단 내려가기가 평소보다 불안해지기도 합니다. 근육이 피로하면 단순히 낼 수 있는 힘만 줄어드는 것이 아닙니다. 발을 내딛는 시점과 체중을 옮기는 속도를 세밀하게 조절하기도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처음 몇 칸은 괜찮다가 계단 중간부터 발이 쿵쿵 떨어지거나 난간을 잡는 힘이 강해지는 것도 한 사례입니다. 몸을 천천히 낮추던 허벅지가 피로해지면서 제동력을 끝까지 유지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다리 후들거림을 살펴볼 때는 근육이 약한가만 묻기보다 언제부터 흔들리는가를 함께 물어야 합니다. 평소에도 같은지, 오래 걸은 뒤에만 나타나는지, 양쪽이 함께 떨리는지, 한쪽 다리만 불안한지를 나눠보면 몸의 상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무릎과 발목의 움직임도 확인해야 한다


계단을 내려갈 때 무릎은 체중을 받으면서 굽혀지고 발목은 몸이 앞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부드럽게 움직여야 합니다. 그런데 무릎이 아프거나 발목의 움직임이 충분하지 않으면 몸은 다른 방법을 찾습니다. 발을 옆으로 돌려 내려오거나 상체를 뒤로 빼고, 한 계단에 두 발을 모은 뒤 다시 내려가는 식입니다. 이런 동작 자체가 무조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몸이 불편한 부위의 부담을 줄이고 넘어지지 않기 위해 선택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다만 예전에는 자연스럽게 내려갔는데 최근 들어 이런 동작이 자주 나타난다면 무엇이 달라졌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계단의 환경도, 계단이 높거나 폭이 좁은 경우, 신발 밑창이 미끄러운 경우, 한 손에 무거운 물건을 들고 있는 경우에도 건강한 사람 자신도 균형을 잡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특히 장바구니나 가방을 한쪽 손에만 들고 내려가면 몸의 무게중심이 한쪽으로 이동합니다. 평소에는 괜찮던 계단에서도 한쪽 다리에 부담이 더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집에서는 계단보다 의자로 먼저 확인해 보자

계단이 불안하다고 실제 계단에서 반복 연습부터 하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넘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의자를 이용해 몸을 천천히 낮추는 능력을 살펴보는 게 낫습니다.

의자를 이용해 움직임 살펴보기

단단한 의자 앞에 서서 필요할 때 손을 짚을 수 있도록 준비합니다. 그 상태에서 3~4초에 걸쳐 천천히 앉아봅니다. 처음에는 잘 내려가다가 마지막 순간에 엉덩이가 털썩 떨어지는지, 무릎이 안쪽으로 모이거나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는지를 살펴봅니다.


마지막 순간에 엉덩이가 털썩 떨어진다면 허벅지가 체중을 끝까지 조절하지 못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천천히 앉을 수는 있지만 무릎이 안쪽으로 모이거나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진다면 엉덩이 주변 근육과 좌우 균형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이 동작은 진단 검사가 아니라 자신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간단한 방법입니다. 의자에 천천히 앉았다 일어나기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내려갈 때 3초 정도 속도를 조절하고 일어날 때는 발바닥으로 바닥을 밀며 몸을 세웁니다.

계단 연습이 꼭 필요하다면 처음부터 높은 계단을 이용하지 말고 낮고 미끄럽지 않은 곳에서 단단한 지지대를 잡고 시작하는 쪽이 안전합니다. 횟수를 늘리는 것보다 무릎이 안쪽으로 무너지지 않는지, 발이 바닥에 쿵 떨어지지 않는지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이런 변화는 운동 부족으로만 넘기지 말자

계단을 내려간 뒤 양쪽 허벅지가 잠시 떨리고 휴식하면 나아지는 정도라면 근육의 피로나 제동력 부족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변화가 있다면 단순한 근력 저하로만 판단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 한쪽 다리만 반복적으로 꺾이거나 힘이 빠진다.
  • 저림이나 감각 저하가 함께 나타난다.
  • 무릎에 붓기나 열감이 있고 통증이 지속된다.
  • 계단뿐 아니라 평지 걷기와 의자에서 일어나기도 어려워졌다.
  • 쉬어도 회복되지 않고 불편이 점점 심해진다.
  • 심한 어지럼  가슴 통증 또는 호흡곤란이 동반된다.

 갑자기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면서 얼굴 한쪽이 처지거나 말이 어눌해진다면 즉시 응급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모든 변화를 나이 탓이나 운동 부족으로 돌리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통증과 감각 변화가 있는지, 한쪽에서만 반복되는지, 최근 갑자기 시작됐는지를 구분해서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올라가는 힘만큼 내려오는 힘도 중요하다


계단을 잘 올라간다고 해서 내려가는 능력도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닙니다. 올라갈 때는 몸을 위로 밀어 올리는 추진력이 필요하고, 내려갈 때는 체중을 받아내며 속도를 늦추는 제동력과 한 발 균형이 필요합니다. 계단에서 다리가 후들거린다면 무조건 다리 힘이 약해졌나 결론 내리기보다 몇 가지를 먼저 관찰해 보세요.

  • 양쪽 다리가 함께 흔들리는가?
  • 한쪽 다리만 유독 불안한가?
  • 오래 걸은 뒤에 더 심해지는가?
  • 어두운 계단에서 더 조심스러워지는가?
  • 무릎이나 발목의 불편이 함께 있는가?

몸을 들어 올리는 힘은 눈에 잘 띕니다. 몸을 천천히 낮추고 멈추게 하는 힘은 불편이 생기기 전까지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올라갈 때 필요한 것이 엔진의 힘이라면
내려갈 때 필요한 것은 브레이크의 힘입니다.

계단에서 느껴지는 작은 후들거림은 지금 몸이 이전과 달라졌으니 어떤 움직임을 조금 더 어려워하는지 살펴보라는 생활 속 신호에 가깝습니다.

근육의 변화는 계단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닙니다. 몸무게는 예전과 같은데 바지가 허리에서는 끼고 허벅지나 엉덩이에서는 헐거워졌다면, 체중계 숫자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변화가 시작됐을 수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몸무게는 같은데 옷이 달라진 이유|근육과 체형 변화 살펴보기」를 통해 체중은 그대로인데 몸의 모양과 옷맵시가 달라지는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아침 붓기 원인 (부종 메커니즘, 압박 위험, 3일 기록)

앉으면 속이 답답한 느낌이 드는 이유 (골반 후방경사, 복강 압박, 자세 교정)

50대 건강검진, 정상이어도 안심하면 안 되는 이유|검진수치·근감소증·수면 3가지 체크